필자의 뇌피셜과 약간의 캐붕 등등이 듬뿍 버무려져 있습니다. 오피셜 설정도 섞어서 쓰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2차 창작이므로 그냥 이 글 내에서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밀레시안의 베이스는 제 아들내미입니다.
G21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밤의 어둠이 조금씩 가시고 새벽을 밝혀오는 빛이 조금씩 하늘과 땅의 경계선을 붉게 물들인다. 날이 밝아옴에 따라 점점 선명해지는 하늘의 맑은 푸른색과 주변에 널린 수정의 빛깔이 말간 빛으로 변해 눈을 자극한다. 어두운 밤으로 그나마 가려져있던 너의 빈자리가 더 선명하게 눈으로 들어온다.
그런 너의 빈자리를 의식 하지 않으려 애써 하프의 현을 튕겨본다. 아무도 들을 이 없는 연주 소리가 기사의 동상과 검을 든 여신의 신상이 내려다보는 성소를 채울 따름. 그러나 나는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하프를 연주할 따름이다.
톨비쉬, 너는 얼마나 먼 과거부터 나를 기다려왔는가. 너의 기다림에 비하면 이정도의 기다림쯤은 찰나에 불과하겠지. 허나 나를 잊지 않고 죽지 않고 함께 해줄 수 있는 이가 생겼다는 이 이기적인 마음이 너를 더 그립게 느끼나보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되돌리려 에린을 누비고 있을 너를 떠올리며 계속 하프의 현을 튕긴다.
가끔 들려서 얼굴 한번은 보여줘도 괜찮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연주에 담아 닿지는 않겠지만 떠내려보내본다.
그렇게 하염없이 연주를 하다보니 어느샌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인다. 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떠내려보냈다. 끊이지 않는 싸움에 지쳐 나름의 도피를 시작한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렇게 하루를 떠내려보내고, 나는 다시금 싸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싸우지 않으면 안그래도 손안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죽음이 이리저리 불어닥치는 바람에 흩날려 모두를 덮어버릴테니. 그러니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싸우러갑니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목숨과 죽음과 책임의 무게와 함께.
이런 마음과 함께 마지막으로 신상을 바라보고 뒤돌았던 그 순간, 아아 그때와 같은 태양과 같은 빛이...
"이런 여기에서 계속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조각같은 얼굴과 깊은 물과 같이 안정된 눈동자가 눈 안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만났을때와 다름없는 모습. 걱정 서린 표정으로 말을 건네오는 너에게 나는 웃으며 배에 펀치를 날렸다. 시원하게.
"?!"
"그땐 경황이 없어서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기다리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다시 만나면 한대 쳐주고싶어졌었거든요. 이걸로 만족했으니 봐줄게요. 우리 좀 더 해야할 이야기가 많지 않았나요? 난 자세하게 이야기 해준다는걸 들었던 거 같은데. 우리 진하고 깊은 이야기를 하죠. 거부권은 없어요."
펀치 한방을 맞고 비틀거리는 너를 잡아다가 성소의 한켠으로 데려가며 웃는 표정 그대로 이렇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니 너도 웃었고 우리는 이야기로 또 하루를 흘려보내었다. 어두운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라 하늘을 푸르게 물들이고 저물어갈때까지. 깊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