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 밀레르웰] 길을 잃은 당신에게
자필/마비노기 2차 2020. 7. 21. 00:37 |※ 주의!
필자의 뇌피셜과 캐붕, 각색, 날조 등이 듬뿍 들어가있는 2차 창작 팬픽션입니다.
가능한한 오피셜을 존중하려 노력하나 필자의 미흡함 및 자작설정 도입등으로 어긋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밀레시안의 베이스는 제 주밀레(남캐)입니다.(외관 묘사 및 이름 나옴)
커플링 요소가 있습니다.(밀레르웰) G25 1부의 스포일러 또한 존재합니다.(1부 엔딩을 스포일러합니다)
2부가 나오기 전에 날조해야해서 정말 완전 엄청 날조입니다.
위 사항이 괜찮으신 분만 접은 글을 펴주세요.
가장 어두운 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최악으로 치달은 밤. 그 어두운 밤 속에서 그 무엇보다 밝게 빛나고 있는 재앙.
지나간 자리의 모든 것을 짓밟아 흔적도 남기고 있지 않은 그 재앙은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까지 모두의 희망이었던 그 영웅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그 모습에서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지만, 모두가 그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많은 평범한 이들이 절망했고, 괴로워했고, 용서를 빌었으며, 때로는 그를 막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서기도 하였으나 전부 하잘것없는 움직임이었다. 용맹했지만, 주제를 모르고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이었을 뿐.
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이 길고 어두운 밤이 끝나고 아침을 맞이하기를 바라며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소수의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만이 힘겨운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을 따름.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까지 닿았다.
"저, 이제 움직일 수 있…."
"좀 더 누워계시죠, 단장님. 거기에서 무사히 살아나온 것만으로도 기적적인데, 회복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연속으로 전투까지 치르셨으니 정말 쉬셔야 합니다. 더 쉬지 않고 부딪혔다가는 이번에 정말 끝장이 날 수 있으니까요."
"…감인가요?"
"네, 감입니다. 그러니 쉬고 계시죠. 그동안은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재앙이 한번 닿았던 곳에 다시 나타난 적은 없었기에 그런 곳 중의 하나를 골라 꾸려진 임시 숙영지에서 오가는 이 대화도 그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화였다.
멀쩡한 게 없어 얼기설기 간신히 침대 꼴 만 유지하고 있는 침대에 뉘어진 엉망진창인 상태의 알반 기사단의 단장 '알터'와 알터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썩 좋아 보이지도 않는 아르후안 조의 조원 '르웰린'간의 대화 사이에서는 숨길 수 없는 피로함이 뚝뚝 묻어나오고 있었다.
지금의 빛나는 재앙은 겹겹이 쌓인 여러 결의 힘을 억누르지 못한 채 폭주하고 있는 신성 그 자체. 이계의 신성이기도 한 그걸 처단할 수 있는 에린의 유일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알반 기사단의 소모율은 바야흐로 그 어떤 때보다 최고를 달리는 상태였다.
재앙에게 일말의 마음이 남아있는 건지 뭔지 다행히도 기사단의 일원 중에 목숨을 잃은 자는 없었으나, 언제 그 일말의 마음조차도 자취를 감출지 모르는 상황. 르웰린은 무리해서 일어나려고 하는 알터를 제지하고 자신이 나서는 것 이외의 길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어쩌면 그 일말의 마음을 붙잡고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답지 않은 마음을 품고서.
온 에린이 재앙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아직 선명하게 생각나는 기억들.
티 타임의 호위로 찾아와서는 주인이 쥐여준 비밀스러운 쪽지를 은근슬쩍 넘겨주던 그의 늠름한 펫들, 티 타임을 갖기로 하지 않았냐면서 불쑥 찾아와선 같이 먹고 싶어서 직접 스콘을 구웠다며 해사하게 웃던 얼굴. 다른 밀레시안들이 달고 다녀도 관심 한번 두지 않다가 덥석 사버린 꼬리에 관해 물으니 빛나는 꽃잎 등불이 달렸으니 밤의 어둠도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샀다고 잔잔한 표정으로 말하다가 역시 꽃이라서 샀다며 휙 하니 바뀌던 웃음기 서린 얼굴.-르웰린은 그가 무슨 컨셉을 잡고 사는지 알고 있음으로 후자의 이유가 더 큼을 알았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은근슬쩍 찾아와서는 잔잔한 곡을 연주해주던 그때. 다른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아름다운 모래 빛을 머금은 분홍색 머리칼을 드리우고선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빛나는 자신의 눈과 쏙 빼닮은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던 때. 그 눈에 띄는 것 좀 어떻게 할 수 없냐고 물으니 멋쩍어하며 르웰린에게 맞추어 그의 기준에서 얌전한 옷으로 갈아입던 것.-조금 덜 했을 뿐 결국 눈에 띄었다.-
왕성 연회에 가기 전 같이 입장할 사람을 고를 때 망설임 없이 르웰린을 고르던 부드러운 손짓, 반쯤 장난삼아 쓸데없는 사족이 붙겠다고 농담을 던졌을 때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 않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는 듯한 감정과 장난스러움을 함께 담아서 지었던 표정. 연회장으로 가는 도중에 소중하게 마주 잡았던 손의 따스한 온기. 저들이 모를 뿐 사실인데 뭐가 문제냐는 당당한 태도로 르웰린이라면 괜찮다고 말하던 그의 상냥한 미소.
알반 기사단의 일원으로서의 르웰린 신시엘라크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나, 그냥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르웰린 신시엘라크에게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기억들.
그렇기에 이성적으로는 저 재앙을 쓰러뜨려 막아야 함을 알고 있으나 그와 사랑을 하였던 가슴 한구석에서는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인피비엔테님…. 인피비엔테…. 엔테…."
그리하여 마주한 찬란하게 빛나는 재앙. 성소에서 보았던 모습에서 많이 뒤틀려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신성력때문에 몰라볼 수가 없는 그.
마치 조각조각 부서져 내린듯한 가련한 그 모습. 그러고 보니 언젠가 그가 말했었지. 그가 살던 세계에서 재앙을 뜻하는 말의 어원은 부서지는 별이라고. 재미있는 어원이지 않냐며 웃었던 그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서진 별이 되어 사랑하는 것들을 짓밟고 있는 끔찍한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르웰린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서로만이 알고 있던 애칭을 불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괴로워서.
이런 식으로 그에게 총을 겨누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늦은 생각이었지만, 오늘따라 떠오른 기억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에린을 사랑하는 그라면 차라리 자신을 죽여서라도 멈추는 것을 원하리라고도 생각했다.
마침내 총구가 겨누어지고 괴로운 마음과 함께 신성력을 머금은 탄환이 부서진 별을 향해 쏘아졌다.
별거 없는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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